멕시코 여행기 day5: 화산을 향해 콜리마로

모렐리아를 떠나 태평양을 향해 서쪽으로 가던 우리는 두개의 루트 중 하나를 택해야 했다.  1) 멕시코 제2의 도시라는 과달라하라Guadalajara를 통한 북쪽 루트, 아니면 2) 활화산의 가장자리에 위태롭게 자리잡은 소도시 콜리마Colima를 통한 남쪽 루트.  멕시코 시티를 떠난지 이틀만에 대도시를 다시 가고 싶지 않기도 했지만, 인터넷에서 우연히 발견한 콜라마 화산의 사진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Colima1Volcan de Fuego는 멕시코에서 가장 활발하게 활동중인 화산이다. 1576년에 이래 40번 가량 분화했으며, 1990년 이후로 점점 활기를 더해가고 있다고!    직접 등반은 불가능하지만 화산 주변에서 다양한 액티비티가 가능하다고 한다.  더 자세한 정보는 Day6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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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렐리아에서 콜리마까지 직행 버스가 적다 보니, 과달라하라를 거쳐서 오후 늦게야 콜리마에 도착했다.  숙소는 론리에서 별을 받은 Hotel Aldama (Two-bed room : 550peso).  멕시코 전통 가옥을 개조한 호텔이라 분위기도 좋았지만, 방에 에어컨이 빠방하게 나오는게 가장 큰 이유였음.  그래, 이제 에어컨이냐 선풍기냐에 민감하게 반응해야하는 지역에 온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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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은 점심 아니 빠른 저녁을 먹기 위해 시내로 걸어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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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l Trebol이라는 멕시칸 레스토랑에서 생선구이와 포솔레Pozole를 먹었다.  담백한 생선+튀긴 마늘의 맛이 흠잡을 데 없음…   그러나 타코를 먹지 않는 한 멕시코 요리의 가격도 아주 낮지는 않다.  특히나 해산물 요리는 100-150peso (8-10USD)가 일반적인 가격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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멕시코 여행기 day4: 모렐리아

모렐리아에 도착한 첫날 묵은 숙소(Hotel Allende:  350peso;23USD)는 저렴하지만 약간 퀘퀘한 냄새가 났다. 일어나자마자 짐을 싸들고 몇몇 숙소를 둘러보다가, 결국 론리가 추천한 Tequila sunset에 머물게 되었다.  방이나 샤워시설도 깔끔하고 무엇보다 벽쪽에 채광이 좋아서..   비수기라 도미토리 침대들이 거의 비어있길래 가격 흥정에 들어감.   1박에 450peso(30USD) 라길래 300peso로 깎아주면 바로 체크인 하겠다고 하니, 아저씨 좀 고민하다 ok함. 어지간히 여행객이 없나 봄.  단 조건이 붙었는데, 이틀 이상 머물러야 한단다..   결국 하루만 머물러서 350이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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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소도 새로 구했으니 아침 겸 점심을 먹으러 가야지.   점원이 추천해준 지옥불 타코가게(Taqueria de inferno)로 갔다.  시그너쳐 메뉴인듯 싶은 디아블로 타코(25peso;2USD)를 시켰는데… 우와 이건 뭐…  그냥…    너무 맛있어서 말이 안나온다.   멕시코시티에서 먹었던 타코처럼 담백한 맛만 있는게 아니라, 치즈와 함께 발라놓은 살사가 맛을 풍부하게 해주는데 거기에 과카몰(아보카도를 짓이긴 것)까지 얹으니….      하아…  또 먹고 싶어지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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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렐리아는 단 간식거리Dulce로 유명하기도 하단다.  둘세를 전문으로 하는 시장을 구경만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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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렐리아 시내의 대학교.  그 앞에는 멋진 도서관이 있다.   모렐리아 이렇게 좋은데, 아직 외국인 관광객들에게는 거의 알려지지 않았다고 한다.     P1070563P1070567 P1070569

Palacio Clavijero (Clavijero cultural center?) 라는 곳에 들렀다. 처음 지어졌을 때의 용도는 잘 모르겠는데, 지금은 그냥 지역 문화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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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천 까페가 있어서 커피라도 마실까 들렀는데, 벽에 코로나 2×1 프로모션 포스터가 붙어있길래 낮술로 마음바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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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받은 건 일반 코로나 두병인데, 옆 테이블에 앉은 사람들은 큰 잔에 든 음료와 섞어서 마시는 것이다.  알아보니 Fantasma라고 불리는 맥주 칵테일.  뭔가 매콤하고 짭짜름한 음료에 코로나를 1:1로 타서 먹는데, 맥주잔 림에도 매콤짭짜름한 소금을 발라준다.  맛은…  블러디매리랑 비슷한데 맥주맛이 난다.   지역마다 있는 로컬 음료에는 다 나름대로의 이유가 있다고 생각하지만, 이건 몇번 더 마셔봐야 그 이유를 알 수 있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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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렐리아의 하이라이트인 성당과 중앙광장에 간다.     P1070599P1070600P1070603

성당에서 나와 조금 걷는데 하늘이 조금씩 어두워지면서 먹구름이 몰려온다.  오후에 한번씩 쏟아지는 폭우인가 싶어서 까페에 잠시 숨었다.  멀리서부터 팝콘 튀기는 듯한 소리가 들려오면서, 거리에 사람들이 사라짐.    하늘에서 오백원짜리 동전만한 우박이 미친듯이 내리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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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마침 등장해준 까페는 커피맛도 아주 좋았음.  P1070626

우박이 그치고 다시 걷기 시작. aqueduct (물을 운반하기 위한 다리) 에 도착한다.

P1070634P1070632P1070638마지막으로 가스파쵸Gazpacho라고 불리는 모렐리아식 과일 샐러드를 먹음.   망고와 기타 과일을 라임즙+설탕물에 담은 다음, 치즈와 칠리 그리고 정체를 알 수 없는 검은 가루와 섞어서 먹는 간식이다.   멕시코 과일에는 사실 좀 실망… P1070646

멕시코 여행기 day3: 테오티후아칸, 모렐리아로

오늘은 멕시코, 아니 아메리카 대륙에서 가장 큰 피라미드가 있는 테오티후아칸에 간다.

오전8시에 호스텔에서 나와 바로 앞에 있는 대성당Cathedral Metropolitana에 들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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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을 타고 북부 터미널Autobus Norte로 가서 한 시간 버스를 타면 아메리카 대륙에서 가장 큰 피라미드 테오티후아칸Teotihuacan에 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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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ate1에서 내려서 죽은 자의 길을 따라 두개의 피라미드를 향해 걸어간다.   오른쪽이 태양의 피라미드, 정면에 멀리 보이는 것이 달의 피라미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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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서 올려다본 태양의 피라미드는 할말을 잃게 만든다.    아즈텍 신앙에 따르면 태초에 태양을 움직이기 위해 세상의 모든 신들이 이 피라미드의 꼭대기에서 희생되었다고 한다.   세계에서 세번째로 큰 피라미드.  바닥의 한 변이 222m이고, 높이가 77m이다.  건설시기는 AD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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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에 오르니 바람이 시원하게 분다.  테오티후아칸을 감쌌던 고대 도시는 어디까지였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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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리 달의 피라미드가 보인다.P1070526

태양의 피라미드를 내려와서 달의 피라미드까지 걸어갔다.  달의 피라미드의 정상까지 오를수는 없지만, 제단 위에서 바라본 정면의 죽은자의 길과 왼편의 태양의 피라미드가 보인다.  아즈텍 문명의 도시설계 기술에 감탄 또 감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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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부 둘러보는데에는 생각보다 시간이 짧게 걸렸다.  두-세 시간이면 충분할듯.    다시 버스를 타고 멕시코시티로 돌아와, 짐을 챙긴 후 모렐리아로 출발했다.

참. 그 전에 첫날 감동받은 타코집에서 새로운 메뉴를 시도했음.  이름은 기억안나고, 그냥 보이는 대로 고기, 양파, 할라피뇨, 피망, 그리고 치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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멕시코 여행기 day2: 멕시코시티, 인류학 박물관

여행 이틀째, 어제와 다르게 날씨가 아주 좋다.  5월의 멕시코는 낮에는 해가 쨍쨍하다가 오후 늦게나 저녁에 비가 잠시 온다고…   일요일 아침이라 대부분의 상점들이 문을 닫았다.  오늘 일정은 근처에 있는 시장 두 곳과 인류학 박물관을 가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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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와 다르게 한가한 멕시코시티 거리를 돌아다니다가 가까운 시장Mercado san camilito에 도착했다.  입구에서부터 다양한 과일들이 유혹하지만, 공복에 디저트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타코는 첫날 밤에 이미 맛을 봤으니, 뭔가 색다른 요리를 찾아다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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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등장한 세비체리아cevicheria.  세비체는 중남미에서 흔히 먹는 해산물 무침이다.  신선한 새우나, 흰살 생선, 참치살을 라임즙에 절인 다음 양파, 고수, 아보카도, 할라피뇨 고추와 함께 무쳐서 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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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가지 세비체를 조금씩 섞어서 맛을 보았다.  100peso (8USD)  P1070391

근처에 있는 공예품 시장에 잠시 들름.   이런 곳에는 별 감흥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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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학 박물관 가는 길에 우연히 들른 현대미술관.  정치성향이 강하게 드러나는 멕시코 현대미술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역사적 배경을 어느 정도 숙지해야 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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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학 박물관 앞에서 어떤 아저씨가 약간씩의 돈을 받고 사람들에게서 액땜을 해주고 있다.  순서는 (1) 향이 강한 연기를 머리부터 발끝까지 불고, (2) 풀때기로 후두려 팬 다음, (3) 뒤통수에 대고 소라피리를 한번 불면 악령이 날아가는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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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학 박물관에 들어왔다. 중앙에 있는 ‘생명의 나무’에서 떨어지는 물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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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자연사 박물관의 전시 수준은 전 세계를 통틀어서도 세 손가락 안에 꼽힐 것이다.   대영 박물관처럼 아무 맥락없이 약탈품을 진열해 놓은 곳과는 비교도 안 되고, 미국의 자연사 박물관처럼 어린 학생들을 위한 곳보다 훨씬 흥미롭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 시간 이상 보다보면 감각이 무뎌져서 이 그릇이 저 그릇 같아지는 건 어쩔 수 없는 박물관의 한계인듯…      숙소로 돌아오는 길에는 또 다른 시장Mercado San Camilito에 들렀다. 50개 정도의 식당이 모여있는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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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졸레Pozole라고 불리는 요리는 hominy라고 불리는 옥수수 열매를 말린 것과 고기를 함께 끓인 스튜인데, 담백한 국물맛이 닭죽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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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당 바로 앞이 마리아치로 유명한 광장인지라, 밥 먹는 동안 계속 한 팀씩 오가며 맛뵈기 곡을 들려준다.  아마 한 곡을 다 들으려면 꽤 많은 돈을 내야하는 듯..  옆 테이블에서 연주할 때는 즐겁게 감상하다가도 자기 테이블로 오면 눈도 안 마주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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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행히도 첫날보다 드라마틱한 일은 없이 둘째날을 마감했다.   내일은 테오티후아칸이라는 멕시코시티 주변의 피라미드에 갔다가 다른 도시로 이동할 예정.

멕시코 여행기 day1: 멕시코 시티로

2주 일정의 멕시코 여행은 비범하게 시작되었다.  평소 배낭여행자 만렙을 찍었다고 자신해왔음에도, 생전 처음 집에다 여권을 두고 오는 초보적인 실수를 저지른 것이다.  결국 룸메에게 배달 부탁하는 초특급 민폐 작렬…. ㅠ_ㅠ

볼티모어에서 달라스까지 오는 2시간 반의 비행도 고역이었다.  앞자리에 앉은 아가는 지치지도 않고 계속 칭얼거리는데 엄마는 아무 조치도 없이 느긋함…   주변 사람들 전부 괴로워 하다가 결국 그 앞 자리의 아주머니가 못참고 돌아서 도와주니 금방 또 조용해졌다.   이럴 때를 대비해서 스마트폰에 뽀로로를 넣고 다녀야 할까…

스탑오버로 들린 텍사스 달라스 공항이다.   한국으로 따지면 조치원,  서울로 보면 사당역에 해당할 정도로 스탑오버를 위해 특화된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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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인지 라운지도 다양하다.  Priority pass를 받은 김에 잠깐 라운지에 들러서 험머스와 와인을 원샷 때리고, 게이트로 질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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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라스에서 멕시코시티까지 가는 비행기 안에서 론리플래닛 정독을 시작했다.  항상 느끼는 것이지만 사진도 없이 미사여구로 까는 능력은 론리가 짱이다.  분명히 칭찬만 하고 있는데, “여긴 왠만하면 가지마”라는 의도가 확실히 전달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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멕시코 시티 공항에 도착했다.   호스텔이 밀집해 있는 소칼로Zocalo까지는 택시나 지하철로 가게 된다.   택시는 180peso (15 USD) 가 들고 30분 정도 소요.   지하철은 인당 5peso 한시간 정도 소요됨.   당연히 지하철을 탔다.  지하철에는 서울과 마찬가지로 물건을 파는 사람들이 매 역마다 타고 내림.  

P1070365지하철 얘기 좀 하자.  멕시코시티 지하철 바퀴는 전부 고무재질이어서, 브레이크를 밟으면 꼬릿한 고무 타는 냄새가 플랫폼을 가득 채운다.   그리고 문은 정확히 5초 열려있다가 순식간에 닫히는데, 팔이 끼건 다리가 끼건 가차없다.   거짓말 않고, 억지로 열고 들어가려다가 문에 매달려서 다음 역까지 갈뻔함.

와중에 노선도가 귀엽다. 모든 역에 마스코트가 있다.  그런데 이렇게 많아서 도움이 될랑가 모르겠다. 그냥 역이름을 크게 써줬으면 더 좋겠다. 아이콘 대신 다른 노선을 함께 보여주고!!!   어?  응?  어?   이래서 어디 디자인했다고 하겠어??   내가 답답~ 하다.P1070368

밤 11시가 되서야 호스텔에 도착했다.  예약된 방을 내놓으라 했더니 예약이 꼬였다고 막 난처해한다.  분명히 침대 두개 있는 방을 예약했는데 방에 침대가 하나밖에 없다는 것이다….   게다가 침대가 크지도 않단다.    

아몰랑! 니네 잘못이니까 내일은 디스카운트 해줘!   라고 방에 가봤는데 침대가 정말 1인용이다.  쉣더뻑….

잠깐?  그런데 왜 방 열쇠를 두개 줬지?   하나는 옆방 열쇠네???   알고 보니 예약이 잘못되서 1인실 두개를 줌.  이런 걸 전문용어로 “엄마랑 싸웠는데 치킨 사왔을 때 내 표정”이라고 한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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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치킨! 아니, 뭐든 먹어야해!    짐만 냉큼 던져놓고 프론트에 내려왔다.  ”근처에 뭐 먹을만한 데 없니??”라고 물으니 자기가 젤루 좋아하는 곳이라면서 타퀘리아 (타코 파는 집)을 추천해준다.  그곳은 아래와 같은 비주얼….  자고로 기름은 눅진해야 제 맛이 나고, 식당 바닥은 기름기로 미끌미끌해서 들어오는 손님마다 몸개그를 보여야 맛집이라 할 수 있다.    tlaquepaque taqueria.  (Rep. de chile와 5 de mayo가 만나는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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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고장 타코의 맛은…   상상했던 것과 너무 다르다.  타코벨이나 치폴레의 더 맛있는 버전을 기대했는데, 그런 자극적인 맛은 전혀 없다.  고기도 구운 파도 밑간이 거의 안되있어서 재료의 순수한 맛이 두드러진다.  방금 구운 김에 밥이랑 간장을 먹는 상상을… 하진 않았지만,  배가 조금씩 차오르는데 입맛은 더 돈다.

너 이녀석… 밥도둑이었구나…

그래서 시킨 이름을 발음할수 없는 H로 시작하는 그것.  넓은 또르띠아 위에 고기와 치즈만 얹어서 나왔다. 역시 순수한 재료의 맛.   멕시코 음식에 대한 기대가 점점 올라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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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정이 되니 클럽에서 놀다가 요기하러 온 사람들로 붐벼가고, 둘이서 타코 6개, 이름 모를 부침개 1, 맥주 2병 먹으니 140peso (12 US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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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날은 그렇게 사고치고 삽질하다가 처묵처묵으로 마칩니다.     역시 멕시코는 기승전먹입니다.

메히꼬 너…  쫌 하는구나?   내일도 기대핥!!!

애나폴리스 맛집 – Lemongrass, Ceremony Roastery, Potato Valley

사람들이 애나폴리스에 한번 가보고 실망했다고 하면, 저는 속이 상합니다.   네…   별로 크지도 않은 요트 몇 대 있고, 오래된 주 청사 건물있는 올드타운이 애나폴리스입니다.  해군사관학교가 있다고는 하지만, 주말 점심때에 오지 않으면 정복입은 생도들을 감상하기도 어렵죠.  오가는 사람들도 죠지타운처럼 젊지 않고, 직장인이나 이미 은퇴한 분들이 대부분이예요. 쌈빡한 관광지를 기대하고 왔다면 실망하는게 당연합니다.

제가 애나폴리스를 좋아하는 이유는, 도시에서 찾기 힘든 지역문화의 평화로움이 있어서인것 같습니다.  스타벅스를 제외하면 프랜차이즈가 거의 없고, 레스토랑의 손님들도 인근 주민들이나 직장인들입니다. 관광지라기 보다는 아기자기한 마을이예요.  매일 가서 먹어도 질리지 않을만큼 담백한 맛집이 세군데 있어서 소개합니다.

1. 레몬그라스 Lemongra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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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체서픽 베이 팟타이 (Chesapeake bay pad thai) 인데 블루크랩 살이 푸짐하게 얹혀져 있습니다. DC주변의 타이 음식점엔 거의 다 가봤는데, 가장 맛있는 팟타이였습니다.    

2. Ceremony Coffee Roasters  (link)

커피 로스팅하는 창고의 구석에 자리잡은 까페입니다.  미국에선 드물게 다양한 핸드드립 커피를 만들고, 카푸치노도 수준급이라서 자주 가게 되는 곳입니다.  평일엔 4pm까지 열고, 일요일은 아예 문을 닫아버리는데, 그럴 때는 차로 10분 거리에 자매점인 cafe pronto로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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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Potato Valley Cafe  (yelp link)

오븐에 구운 감자만 열가지가 넘는 메뉴로 파는 곳입니다.  감자가 뭐 그리 특별하냐고 무시하면 오산인게, 토핑이 예술입니다.  브런치나 끼니 사이에 샌드위치집 대신 가게되는 곳이죠.  아래 사진은 South valley with banana peppers and extra jalapeno 라는 메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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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 이야기

그래서? 좋은 글짓기의 핵심이 뭐래?   

친구MK가 물었다.

얼마나 멀리 가느냐가 중요하다는데?  

꿈속에서 나는 두꺼운 책을 읽고 있었다. 오래된 하드커버였지만 내용은 문학도를 위한 월간잡지에 가까웠다.  아직 의미를 알수 없는 문구는 연기만을 남기고 사라진 총구처럼 나를 사로잡았다.  이게 무슨 뜻이지?  아니, 그보다 이런 애매모호한 말에 끌린 이유는 뭘까?

몇 번의 무의미한 장면들 (테니스도 치고, 고양이랑 놀았음)을 지난 후 마침내 실마리에 도착했다. 그 책에서는 좋은 그림과 나쁜 그림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었다.  전부 의자를 그린 추상화들이었는데, 왜인지 몰라도 의자의 형상을 이루는 선 하나하나는 구름처럼 알록달록했다.

그림을 그리는 이유는, 현실에서 더 멀리 가기 위해서래. 평소에 볼수 없는 모습을 찾아내는 것이 예술의 존재의미니까.  의자 그림은 의자였던 자신과 연결된 끈을 유지하면서, 최대한 의자에서 멀리 떠나야 한다나? 

다음 페이지에는 나쁜 그림의 예가 있었다.  지루하게 나열된 수많은 의자의 형상이 학교 담장과 길을, 교실을 만들고 있었다.

나쁜 그림은 한번에 떠나지 못하고 에둘러 덧칠을 반복하는 거래.  본래의 형상에서 벗어나지 못하면서 공간만 채우고 있는거지.  삐걱거리며 돌아가는 80486컴퓨터처럼…

80486은 어디서 튀어나온 거지???  그 바로 옆에 있는 다른 예시도 보려 했지만, 나는 고개를 돌릴 수 않았다.  아직 준비가 덜된 놀이동산의 코너처럼 내 무의식이 허락하지 않았다. 어설프긴…  이게 꿈이란 건 이미 알았다고.  아마 곧 깨어나게 되겠지. 시간이 얼마 없어. 근데 나는 더 뭘 찾으려 하는 걸까?

음…음…….    아!  스모킹 건!     그래! 이건 아마 지금 하고 있는 프로젝트에 대한 메타포일꺼야. 새로운 프로그래밍 환경은 기존의 것에서 최대한 멀리 떨어지면서도 그 끈을 잡고 있어야지….

뭐야? 겨우 그거?  너무 억진데?

이렇게 생각해 보자.  글짓기던 그림이던간에 무언가를 효과적으로 표현하기 위해서 역설적으로 가장 멀리 떨어진 방식을 취하게 돼.  ”내 마음은 호수다”라는 은유에서, 마음의 property를 직접적으로 묘사하지 않고 호수라는 대상을 이용한 건 그럴만한 이유가 있어. 마음과 호수가 하나로 겹치는 시점에 관찰자를 불러들이는 것이 표현의 역할인 거야.  

그래, 그건 맞아. 대상을 새로운 관점에서 바라보는 것이 문학이나 예술을 감상하는 이유니까.  하지만 프로그래밍은 수학이야.  직설적이고 명확해야 하잖아?  비유나 은유따위 모호하다고…

어떤 표현방식이 더 명확한지는 관점의 차이야.  [마음=호수]라는 은유에서는 대상의 총체적인 정보 대신 관찰자가 자리해야할 위치가 명확하게 전달되는 거지.

그러니까, 직접적인 선언문이 아닌 수사법을 프로그래밍에 사용하자는 거야?  예를 들면 “그 함수는 봄의 햇살처럼 따사로왔다?”

오!! 개드립 쩌네 (웃음)    머 꼭 문학적 표현을 쓰자는 건 아니고..   비유 (“이 프로그램은 저 프로그램과 아주 유사해요”), 예시 (“1,2,3을 받아서 3,2,1을 뱉어내야해요.”) 처럼 간접적인 표현이 오히려 더 효과적인 상황도 있다는 거지.  (지금은) 비유가 필요한 상황에서 프로그래머는 샘플 코드를 직접 찾아서 바꿔야 해.  예시가 필요한 상황에서는 테스트 케이스를 만들고.  그런 의지를 IDE(프로그래밍 환경)가 인지하면 더 잘 도와줄수 있지 않겠어?   

그렇게 말하니까 너 정말 미친거 같아…  

 

원형과 영감 Archetype and Inspiration

얼마전 소프트뱅크에서는 페퍼(Pepper)라는, 사람의 감정을 읽고 스스로 학습한다는 휴머노이드 로봇을 발표하였다 YouTube.   지난 6월 8일 영국의 레딩대에서는 대화프로그램인 ‘유진(Eugene)’이 13세 소년이라는 설정으로 튜링테스트를 통과하였다고 하였다. 유진과 5분간 문자로 대화한 심사자들 중 1/3은 유진이 컴퓨터라는 사실을 알아채지 못한 것이다. 한편 MIT의 컴퓨터 인지과학자인 조슈아 테넘바운은 유진이 아직 진정한 ‘인공지능’에 다다르지 못했으며, 튜링테스트 통과는 운과 설정에 기댄 결과라 비꼬기도 하였다. NYTimes  

휴머노이드와 인공지능이 공통적으로 지향하는 목표점은 “인간”이다. 인간처럼 세상을 이해하고, 상상하며, 행동하는 인공물을 창조해내는 것 말이다.  그대로 따르자면, 인공물이 원형(Archetype)에 가까울수록 인류의 지식에 기여한 바는 높아진다.

하지만 기술의 진보가 사회를 변화시킨 케이스들을 돌이켜 보면, 원형에 근접하는 것이 최종 도달지가 아니었던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몇가지 예를 들어보자.

하늘을 날고자 했던 인류의 오랜 시도는 ‘새’라는 원형에서 출발하였지만, 결국 ‘날개짓’이라는 중요한 특징은 따르지 않았다.

개인용 컴퓨터의 사용자 인터페이스는 주변 사물의 특징을 모사하면서 출발하였다.  책상 위에 놓여진 서류함과 문서, 휴지통을 시각적으로 개념화한 데스크탑은 컴퓨터를 처음 접하는 일반인들도 쉽게 이해할 수 있었지만, 영악하게도 실제 책상과 물건들이 가진 물리적 특성은 대부분 무시하였다.  컴퓨터 성능의 한계 때문은 아니다.  지금 컴퓨터들의 그래픽 성능은 애플이 처음 등장할 때와 비교도 안 될만큼 발전했지만, 사용자UI는 원형을 모사하는데 그다지 집착하지 않는다.  물론 원형에 더 근접한 아이디어들(예. 아이콘들이 충돌하고 쌓이기도 하는 BumpTop)도 심심찮게 나타나고 긍정적인 주목을 받는다. 하지만 그 첫인상이 사라지면, 사람들은 합목적성이라는 메스를 들고 아이디어를 해체하며 말한다.  ”멋지긴 한데, 유용할지는 모르겠네?”

원거리 통신의 원형은 얼굴을 마주보고 하는 대면 대화이다.   초창기에는 모르스 부호나 전보처럼 제한된 정보만 전달할 수 있었다.  무전기를 거쳐 휴대폰으로 하는 음성 통화가 보급화 되었을 때도, 여전히 ‘대면 대화’는 원거리 통신의 성배였다.  사람들은 아이폰의 Face time과 같은 화상 통화를 실제로 써보고서야 (재현의 완성도가 모자라서는 아닌) 원형의 한계를 눈치챈다.

 ”아…  얼굴을 안 보고 얘기해야 편한 상황도 많구나.”

결과적으로 화상 통화는 ‘얼굴을 보며 대화하고 싶을 때에 적합한 통신 수단’이 되었다.

3D영상은 상당히 오랜 기간 큰 기대를 받았지만, 2D 매체를 전복하는데는 실패하는 듯 싶다.  어떤 종류의 Spectacle을 재현하는 대에는 탁월하지만, 내러티브의 효과면에서는 오히려 방해요소가 되었기 때문이다.  컬러영상이 흑백영상을 대체할 때와는 지극히 다른 결과이다.

비슷한 예시를 찾자면 끝도 없겠지만, 나는 원형의 무용성을 주장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원형을 모사하는 과정이 진보에 필수불가결하다고 생각한다.  새를 모사하려는 시도가 없었다면, 양력을 얻기 위한 유체역학의 발견도 아마 불가능했을 것이다.  휴머노이드 실험은 ‘인간’이라는 원형을 이해하는데 더할 나위없는 기회를 제공한다.  나는 단지, ‘변하지 않는 목표’를 믿는 것에 대한 위험성을 말하고 싶을 뿐이다.

휴머노이드의 경우로 돌아가 보자.   페퍼는 손가락과 얼굴의 움직임이 감정을 표현하는 데 효과적일 것이라는 가정하는 듯 싶다.  단순하지만 효과적인 움직임은 마치 애니메이션에서 최소한의 작화로 이야기를 전달하는 것과도 유사하다.  정밀묘사가 아니라 데포르메에 가까운 페퍼를 보면 복잡한 감정이 든다.

 

기술의 발전을 등산과 비교해 보자.  저 멀리 보이는 상 꼭대기가 목표, 즉 ‘원형’이다.  정상에 도달하면 원하는 전망 (원형의 가치)을 볼 수 있을 거라 기대한다.  이 때까지는 산 정상(원형)을 향해 걷는 (모사하는) 것이 당연하다.  그런데 산 중턱에 도달하면, 상황은 복잡해진다.  지형을 고려해서 우회로를 택해야 하기도 하고, 이미 원하는 전망을 얻었기 때문에 더 올라가는 것은 불필요해지기도 하다.   산너머 산이라고, 옆에 있는 산 봉우리가 진짜 목표였을을 알아차리기도 한다.  정상에 대해 가지고 있었던 기대는 정확하지 않았음을 알게 됨과 동시에 기대치 않았던 수확을 얻기도 한다.  원형을 목표로 삼고 전진하되 항상 의문을 품고, 적당한 시점에 방향을 바꾸는 유연함이야말로 기술 경영의 핵심 역량이다고 생각한다.      (말이야 쉽지..)

 

변호인과 프로젝트 천안함

영화 변호인과 프로젝트 천안함을 하루에 몰아서 보았다. 진실을 밝히고자 하는 영화들이란 점에서 예전 일들을 떠올렸다. 변호인에서 증인들을 각자 대질심문을 하는 장면에서는, 고등학교 기숙사 시절에 친구들과 밤에 노래방을 갔다가 걸려서 생활주임 선생님께 자술서를 썼던 것이 떠올랐다. 천안함을 볼 때는 최상급 기관에서 했던 군복무 시절이 생각났다. 매주 심심찮게 사건/사고가 기밀 서류로 보고되는데, 99%는 언론에서 다뤄지지 않고 잊혀졌다.

진실을 아는 것에 반대할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하지만 막상 진실을 손에 쥐고 있을 때는, 떠오르는 수많은 version의 진실 중에서 (자신 혹은 주변에) 가장 큰 이득이 되는 것을 찾기 마련이다. 기숙사에는 몇시에 돌어왔다고 말하는 것이 가장 적은 벌을 받을 지, 생명 탄생의 비밀을 묻는 자녀에게 언제 얼마나 자세히 설명해야 할지, 무슨 이유로든 이미 침몰한 함정에 대해 어떤 해명을 할지. 제대한 천안함 승조원 중에서도 내부고발자가 나오지 않는 이유는, 그 진실을 밝히기에 충분한 명분이나 실리가 없다는 반증이다.

3D프린터는 세상을 바꿀 것인가

3D프린터가 세상을 바꿀꺼라고 많이들 예상하지만, 대량 생산 제품과 정면승부에서 이길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 먼저, 피부에 닿는 제품 (e.g. 스마트폰 케이스나 열쇠고리) 을 만들기엔 3D프린팅의 해상력이나 소재, 질감 표현이 너무 조악하다. 그렇다고 디자인 프로토타이핑 툴로 쓰자니 디테일에 민감하신 디자이너들께서 난리다. 돈과 시간이 더 들지언정 NC밀링머신으로 매끈하게 깎아낸 우레올의 중량감을 택하지.

“내가 직접 디자인하고 만든 제품을 쓴다” 라는 슬로건은 (단가나 생산설비가 아니라) 디자인/설계에서 벽에 부딪친다. 얼마 전 3D프린터로 간단한 스마트폰 거치대를 만들어 보려고, 익숙한 3D프로그램으로 2시간 동안 모델링해서 프린터에 올렸다. 결과는 대실패. 형태는 대충 나오지만 무게가 너무 가벼워서 옆으로 넘어지기 일쑤라, 결국 포기하고 아마존에서 $15에 충전까지 되는 삼성 거치대를 주문했다. 대부분의 소비자들은 최고의 설계와 생산기술이 어우러진 명품 or 착한 가격에 품질도 나쁘지 않는 제품 중 하나를 선택한다. 그 스펙트럼에서 비켜나와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만들기는 엄청 어렵고 퀄리티는 떨어지는 제품’이 설 자리가 있을까?

독창성은 여러 모로 과대평가되고, 기본은 누구나 아는 얘기라 관심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