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 여행기 day7: 소박한 후에고 화산Volcan Fuego 트레킹

알람도 필요없이 새벽에 번쩍 눈이 띄였다.  B&B에서 제공한 아침을 먹고 후에고 화산 주변을 도는 투어를 가기 위해서이다.  걱정스럽게도 비가 추적추적 내리고 있지만 후피터 사장님은 태연하다.  새벽에 비가 좀 내리고, 오전에 개었다가 오후 늦게 다시 비가 한 차례 내리는게 요즘 날씨라고.

우리를 태운 SUV는 동네 뒷길을 빠져나와 후에고 화산 쪽으로 간다.  코말라보다 더 작은 산골 마을을 여러개 지나고, 계곡을 따라 오르는 데 옆에 뭔가 아우라가 풍기는 리조트 발견.  후피터 사장님 설명에 따르면 빌 게이츠 가족이나 영국 황실쪽에서 자주 놀러오는 휴양지란다. 하루 숙박에 3000USD 정도 한다나.

P1070709

오늘 트레킹의 첫번째 코스는 후에고 화산의 가장 가까운 곳에 있는 마을에 방문하는 길.  날씨는 여전히 꾸리꾸리한데 약 5km떨어진 곳에서 연기가 솟아오르고 있다.   3월에는 용암이 계속 흘러나와서 밤에 오는 코스가 있었다고 한다.  어두우면 용암빛이 멀리서도 잘 보이니까.

P1070715가장 가깝다는 마을에 왔다.   경치는 좋은데, 좀 아쉽다.   더 가까이 가서 용암에 계란도 꿔먹고 유황냄새도 맡아봤으면 했는데…      하긴, 그런게 가능했다면 훨씬 유명한 관광지였겠지.

20150522_100528

P1070735 
아쉬움을 뒤로 하고 돌아오는 길은 구름도 완전히 개고, 딱 걷기 좋은 날씨가 되었다.

P1070746

뭔가 아쉬운 분위기를 내며 자꾸 뒤를 돌아보니까 사장님은 괜히 길가에 나무들 설명으로 면피하려는 듯 점점 생태체험이 되어감.   아보카도가 어쩌구…   오렌지가 어쩌구…    됐음니다요, 큰 기대 없이 왔으니 걍 다음 목적지로 가죠…

P1070743P1070757

활화산 언저리에 자리잡은 작은 마을에는 한 때 백 가구 정도가 살았지만 십몇년 전 큰 화산 폭발 이후 대부분 이주했다고 한다.  화산재로 소꿉장난을 하는 아이의 수줍은 미소가 마음을 안정시켜준다.  자유여행이 보통 10번 지르면 8번은 실망하지만,  별거 아닌 거에 기분 급좋아지고 그러는 거다.

P1070759

두 번째 하이킹 장소에 도착했다.  후에고 화산 주변에 작은 칼데라 옆 능선에 올라갔다 오는 코스.  출발지만 봐도 뭔가 기대치를 쫙쫙 낮춰준다.  그냥 닭이랑 놀까…  P1070772P1070773

아침에 갔던 마을이 지도 오른쪽 위에 화산과 가장 가까운 La Yerbabuena.  두 번째 지점이 호수 Centro Turistico Carrizalillo.  대충 번역하자면 “여행 중심지 카리자리요”.  관광객 유치를 위한 지자체의 노력이 느껴진다.

어쨌거나, 숲속을 걸으며 사장님의 Eco Tourism 강좌를 즐긴다.  아래 사진은 현지인들이 감기에 걸렸을 때 한 웅큼 주전자에 넣고 끓인다는 나뭇잎.  즙에서 향긋한 유사 오렌지향이 나는데 은근 각성 효과가 있는듯…  좀 더 오래 즐기고 싶어 주머니에 조금 넣고 걸어다녔더니, 땀냄새와 섞여 꾸리꾸리해졌다.     P1070777

암튼 그렇게 30분 정도 걷다가 경사 급한 산길을 올라가니 뜬금없이 수풀 사이로 등장한 칼데라.  여기가 최종 목적지라고??????  근데 뷰가 왜 이래…    -,.-a

후피터 사장님: “나도 멕시칸이지만, 여기 사람들은 게을러서 아웃도어 활동을 안 좋아해.  주말에 어디어디 가자고 해도 다들 집에서 축구나 보겠데.”

사장님…  이런데 두번 데려오면 저라도 안 따라다닐 것 같아요.   여긴 리스트에서 빼시는게 나을듯요.

후피터 사장님: “10년쯤 전에는 투어 코스 개발한다고 여기저기 마구 돌아다녔는데, 요새는 조심하는 편이야.   모르는 데 갔다가, 이상한 작업장에 잘못 발 들이면 목숨도 못 건질수 있거덩.  바다를 통해서 밀수한 마약 원료로 주로 헤로인을 가공해서 미국쪽으로 파는 작업장이 꽤 있다고 해.  가끔 군인 수십명이 코말라에서 마약조직 소탕하러 출동하는 걸 보기도 하지.”

P1070787

그래 여기까지 왔으니 선인장이라도 찍어보자.  사실 멕시코에 와서 처음 본 선인장임!   님들이 생각하는 멕시코 북부의 사막이 전부는 아니라능…    P1070788

세 번째 하이킹은 더욱 문명세계에 가깝게, 마을 안에서 출발한다.   후딱 끝내고 돌아갑시다.  코말라 시내가 더 인상적이네요…

P1070800

다시 올라올 생각에 식은땀이 흐르는 비탈길을 내려와 작은 개울위에 흔들다리를 건넘.    P1070804

중간중간 부서져있는 발판은 관광객의 모험심을 만족시키기 위한 지자체의 노력인걸까…

P1070807

 


20150522_130803

여기서 다시 에코 투어리즘 강의.  신기하게 생긴 갈색 열매를 까면, 안에 녹색 콩이 들어있다.  여기 사람들은 이걸 푹푹 삶아서 먹는다고 함.   손으로 까봤는데, 끈적끈적한 진액이 묻어서 한결 더 짜증이 나기 시작함.

P1070814P1070813P1070815사탕수수밭 뙇!   요 밭은 최근 수확을 해서 수수대가 아주 작은데, 다른 곳은 3m까지 다양하다.  멕시코는 일년 내내 사탕수수를 재배할 수 있기 때문에 보통 2개월 단위로 수확을 할수 있게 밭마다 시차를 두어 재배한다고 한다.   수확할 때는 먼저 밭 둘레에 불을 붙여서 안쪽으로 번지게 한다.  그래야 쥐나 뱀과 같은 동물이 다른 밭으로 도망가지 못한다고…    불이 잎을 다 태우면 수수대만 손쉽게 수확할 수 있다고.

P1070816

소박하고 약간 허무했던 후에고 화산 (주변) 트레킹은 그렇게 마무리 짓고, 우리는 오후에 코말라를 떠나, 콜리마 버스 터미날에 왔다.   그 동안 쌓인 피로도 풀 겸 얼른 태평양의 파도를 맞으며 쉬고 싶은 마음이 간절해 졌기 때문이다.   다음 목적지가 그 기대에 부응할지는 전혀 모르면서 말이다…

Leave a Reply

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 Required fields are mark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