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 여행기 day7.5: 바라나비다드Bara Navidad 야반도주

P1070843귓전을 간지럽히는 모기소리에 뺨을 찰싹 때린다. 모기를 쫓으려 한 것인지, 여기까지 온 내 판단에 대한 자학인지 모르겠다.  천정에 달린 팬은 삐그덕거리며 돌지만, 오후 내 달궈진 벽의 열기와 비릿한 바닷바람을 휘저을 뿐이다. 어둠 속을 더듬어 시간을 확인하다.  이제 겨우 한 시.  몇 시간 후면 조금 시원해 지겠지. 하지만, 내일이라고 나은 숙소를 찾을 수 있을까?

다시 한번 샤워를 한다.  두 개의 수도꼭지를 번갈아 가며 틀어 조금이나마 차가운 물을 찾는다. 옥상에 있던 플라스틱 의자를 가져와서 미지근한 물이라도 맞으며 자볼까?

내 의지와 상관없이 천당과 지옥을 왕복한다는 점에서 배낭여행은 롤러코스터와 유사하다. 예상치 못한 기후나 사건, 좋고 나쁜 인연의 영향력은 가이브북이나 여행기를 보고 예상한 시나리오보다 훨씬 강력하다. 그렇게, 터널을 빠져나오자마자 내리꽂는 롤러코스터처럼 우리는 바라나비다드에서 최악의 밤을 겪고 있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선택일까..   성수기와 비수기의 사이에 놓인 태평양 마을의 고온다습한 기후를 얕본 것? 더 큰 도시인 만자니요Manzanillo를 지나쳐서, 평이 좋은 멜라케Melaque를 옆에 두고, 굳이 바라나비다드를 선택한 것?  500Peso라는 절대 싸지 않은 가격에 에어컨도 없는 호텔을 선택한 것?

바다 건너 언덕 위에는 멜라케의 고급 휴양지 Paloma가 빛나지만, 숙소 주변은 개~~~암울.

P1070842

 

그냥 지금 바야르타로 갈까요?  

잠을 이루지 못하던 동료가 제안한다.  어제 오후 늦게 도착해서 반나절 겪은 불쾌하고 우울한 느낌이 바라나비다드의 전부는 아닐 것이다. 어쩌면 내일 해가 밝자마자 이 곳의 진짜 매력을 느낄지도 모른다.  그렇다 해도, 무계획 상팔자가 전부인 배낭여행에서 첫인상이 최악인 곳에 머무르며 억지로 매력을 찾아낼 여유는 없다.  지금 맘에 안들면 다음 장소로 떠날 뿐!

그래, 탈출하자!  

억지로 청하던 잠을 멈추고, 탈출 준비에 들어가니 힘이 솟는다.  목적지는 근방에서 가장 큰 휴양지인 푸에르토 바야르타Puerto Vallarta.  그 동안 쌓아놓은 SPG(Sheraton Preferred Guest) 포인트를 써서 Westin리조트에 당일 예약을 하고, early check-in이 가능한지를 전화로 확인하는 데까지 20분 소요.  푸에르토 바야르타까지 가는 버스가 새벽 2시에 있다는 확인을 하고, 콜택시 회사에 전화를 걸어 예약을 하는데까지 20분.   10분만에 짐을 싸서 호텔 앞에서 택시를 탔다.

P1070846

최악의 밤에서 탈출하기 위해 터미널 앞에서 버스를 기다린다.  야반도주가 이렇게 상쾌한 것이었다니!!

 

Leave a Reply

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 Required fields are marked *